취향 부작용 — Side-Effect of Taste.

취향이 뭘까.

최근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이 사람은 취향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있겠지만 일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보통 취향은 어떤 것에 대해 깊이를 이해해야한다. 술을 모르는 사람이 꼬냑이 어떻고 싱글몰트 맛이라는 둥 피트향이라는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나는 취향이 있는 사람인가 할 때 상대적으로 좀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먹을 것을 먹든 음악을 듣든 취향의 무게가 좀 있는 편인데 문제는 그게 일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일을 하는데 꽤 피곤한 일이다. 기본적인 욕구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을 모든 인간이 가진다고 봤을 때 나는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미학, 음악 등 기본 욕구를 넘어선 무언가를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취향이 일이 될 때 벌어지는 것은 목표 지향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음악을 어떤 목표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튜브의 배경 음악을 찾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은 일이며 목표이다. 이 때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귀로 적합한지 판단 할 뿐이다. 거기서 느낌을 찾는다 하더라도 내가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듣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어려서 디자인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보는 사람도 좋으면 좋겠다는 기대 정도로. 하지만 일은 온전히 고객을 위한 일이다. 나의 취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게 내 사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애플 정도가 본인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HIG 따위를 보면 그도 그렇지 않은 것이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물론 너는 너를 잘 모를테니까 우리가 열심히 알아내봤어의 느낌이지 단순히 내 취향을 강요한다기 보다 내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걸 준비했다는 느낌이랄까.

취향이 좋은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람들을 만날 때 좋은 취향의 사람과 함께하면 모르는 입장에서도 좋다. 내가 술에 대해 잘 모른다면 위스키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위스키바를 간다면 한층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예술이나 미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전시회에 간다면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일에서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대체로 피곤하다. 일은 함께하는 것인데 취향대로 이야기하면 보통은 그 뎁스를 메우는데 여러 사람의 힘이 들게 된다. 목표 지향적 사고와 약간은 대치되는 개념이랄까.

근데, 한 편으로 인간의 목표를 행복으로 볼 때 이는 좀 괴리가 있다. 비지니스 목표 또한 그런 인간이 세운 목표일텐데 말이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행복을 포기하는 것. 이런 프레임으로 가는 느낌이랄까. 결국 회사는 비지니스 목표가 중요시 되니 개인의 행복은 대체로 그를 위해 희생되기를 바란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회사들은 그러했다. 오죽하면 오버워치 게임에서도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을 행복워치한다고 표현하기도 하니 말이다.

어쨋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걸까. 오히려 취향이 더 견고해지면 이런 것이 없어질까. 주변에 디자인을 잘한다는 친구들을 봐도 그런게 느껴진다. 본인이 더 강해지느냐의 차이. 수용해버리면 되나. 수용하면 또 영혼 Less하게 일을 해야할 것 같은데.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아트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 주장이나 취향은 강한 사람이다. 다만 그걸 점점 숨기게 된다. 이유는 그게 강하면 주변이 힘들고 나도 에너지가 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