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 홀로 전주
간만에 긴 휴가를 가졌다. 월화수 휴가이니 5일 동안 휴가를 보낸 셈이다. 시간이 생겼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냥 시간이 흐르는 것이 불안했다. 친구의 추천에 바다를 보러 갈 생각도 하고 일정을 짜봤지만 밖이 너무 무더운데다가 귀찮음을 생각하면 움직이기가 싫었다.
요즘 외출 준비를 다하고 문을 나서기 전에 나가봐야 별 것 없을거야라는 생각에 나서지 않았던 적이 몇 번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늙기를 경험하기 보다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에너지를 활력을 만드는데 사용해야 또 에너지가 생길텐데 그 선순환이 점점 무뎌지는 기분. 아이폰을 구매하면 OS는 늘 겪던 것이기에 배터리의 쌩쌩함에 새로운 휴대폰을 가졌나 싶다가, 또 시간이 좀 흐르면 하루를 채우지 못하는 배터리를 이런 상황에 떠올려본다. 충전을 해서 100% 완충되었다는 신호가 뜨지만 이내 빠르게 소모되는 배터리에 배터리 “수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월요일에는 무엇이라도 해봐야지 하고는 만만해보이는 여행지로 전주를 골랐다. 전주는 대학교 시절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방의 미술학원은 대학교 저학년을 불러서는 주말 특강을 하곤했다. 당시에 하루종일 수업을 했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사실 전주를 둘러 보거나 여행한다는 기분을 가져보진 못했다. 차로 2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월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좀 있어서 아쉽지만 가보고 싶었던 카페 차경이라던가 서점 카프카는 가보지 못했다. 도착해서 바로 주차장 옆에 바로 전동성당이 보였다.
전동 성당에서 바로 1분 거리에 경기전이 있었는데, 경기전 내부에서 보이는 전동성당의 모습이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경기전 내부는 편안했다. 확실히 오래되고 서양에 비해 낮은 목조 건축물이 주는 안정감은 또 그것대로 아름다웠다.
칼국수를 한 그릇 먹고, 교동다원이라는 찻집에 갔다. 사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그냥 스타벅스나 갈까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모처럼 여행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곳에서 스타벅스를 가고 싶지는 않았다. 교동다원은 내가 전주에서 기대했던 기분을 주는 곳이었다. 아쉬운 것은 너무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차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는데 차 메뉴는 모두 따뜻한 것만 가능했다. 전주를 더 느끼려는 마음이 더위를 피하고 싶은 마음보다 약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에이드 음료를 골랐다. 한 30분 정도를 머물렀는데 나름대로 안정이 되었다.
나를 위하는 것에 소홀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시간과 돈이 생겨도 그것을 오롯히 나를 위해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가꿔야한다.